우리나라의 위키시장이 리그베다 위키가 터진 이후로 춘추전국시대를 찍고 있다. 리그베다 위키 계열의 위키들은 요즘은 위키피디아보다도 더 흥하는 추세다. 특히 나무위키의 성장세는 양적으로나 질적으로도 (그 질의 건전성은 차치하고라도) 한국어 위키피디아보다 더 좋다.
특히 몇몇 사람들은, 위키피디아의 원칙주의적 성향(지나친 출처를 요구한다던가) 과 질적 성장에만 집착하고, 의미없는 토론을 되풀이하고, 운영자들이 권력을 남용하고, 조리돌림을 한다는 것을 지적하는 경우가 많다. 이 부분은 수많은 사람들이 언급했으니 그닥 다시 언급하고 싶지는 않다.
오늘 이 글이 지적할 대표적인 것을 뽑아보자면, NPOV가 한국같은 페쇄적 사회에 적용되는 문제점과, 개인주의의 부재, 그리고 한국사회 자체의 정보적 페쇄성이 오늘날의 한국어판 위키피디아의 도태를 만들어내는 데에 영향을 끼쳤음을 두서없이 설명해보려고 한다.
한국어 위키피디아의 문제가 있는 NPOV
NPOV정책은 중립적 시각(Neutral Point of View)을 대표하는 단어이다. 이는 위키피디아의 가장 큰 장점이자 단점이라고 볼수 있다. 이 단어는 한국어 위키피디아와 영문 위키피디아에서 다른 느낌으로 다가온다.
단적으로 영미권에서는 수많은 문화권의 사람들이 접근하는 곳이다. 이들은 서로 다른 감성, 배경, 문화를 가지고 있고, 이러한 차이점에 기반한 다른 의견을 가지고 있다. 영문 위키피디아에서는 호주와, 미국, 영국, 뉴질랜드와 영어를 공용어로 쓰는 개도국의 다양한 사람들, 그리고 영어를 제 2언어로 쓰는 수많은 국가들의 이용자들이 참여한다.
이들은 공감대가 없다는 특징이 있다. 서로가 서로를 이해하지도 못하고, 서로가 무슨 느낌으로 특정 이슈에 접근하는가에 대한 공감대가 없다는 것이 특징이다. 바로 이러한 환경에서, 서로를 논리적으로 설득하기 위한 수단이 바로 NPOV를 앞세운 였던 것이다. 먼저 주장을 한 다음, 자신이 왜 그 주장을 하는지 증거와 함께 첨부해야지만 서로를 이해한다. 그리고 무수히 많은 문화권의 사람들이 참여하면서 자연스럽게 문서는 중립으로 다가가게 된다.
그러나 한국의 경우는 서로가 서로를 너무나 잘 이해한다. 상대방의 감성을 이해하고 있고, 보수는 진보에게 반대하지만, 진보의 감성을 어느정도 파악하고 있으며 그 반대도 마찬가지이다. 서로가 공감대와 부딫치는 이슈가 있으면 논쟁은 서로 감정적으로 흘러가기 마련이다. 비슷한 사건과 증거를 가지고 서로가 다르게 해석하고 충돌하는 것이 한국의 특징이다. 이런 상황에서 NPOV가 무슨 역할을 할수가 있겠는가. 결국 두 관점중에 어떤 관점이 중립적 시각으로 포장되는 방법밖에 없다.
영미권이 수많은 부분에서의 접근을 허용하고 NPOV를 통해 최대한의 중립을 맟추는 방향이라면, 한국은 NPOV가 양 측의 어정쩡한 타협, 아니면 한 관점이 승리하고 독점을 의미하는 경우가 많다.
개인주의의 부재
개인주의의 부재는 한국 위키피디아를 병들게 만들었다고 봐도 무방하다. 즉 개개인의 사고관을 존중하지 않고 자기 세계관을 문서에 강요하려는 태도가 수많은 분쟁을 야기하였다고 봐도 무방하다는 것이다.
한국과 일본의 위키문화가 달라진 결정적 이유도 이곳에 존재한다고 본다. 토론이라는 것이 서로가 조심하여야 하는 것인데, 한국의 경우에는 문서가 자신의 사유물이라는 일종의 무의식적 착각이 존재하는게 아닌가 하는 정도로 감정적이다. 서로의 세계관을 인정하지 않은채, 상대가 서로 다르다는 것을 인식하지 못한채, 상대가 서로 다른 배경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고려하지 않은 토론은 결국 상처밖에 없는 분쟁을 만들어낸다. 이러한 감정적 분쟁은 관리자들의 각종 규제와 규칙을 악용한 사적 보복으로도 이어지는 경우도 있었다. 독자연구, 출처 표시를 이용한 치사한 보복 말이다.
이 개인주의의 부재는 한국 위키위키에 대한 비판이기도 하다. 단순히 한국어 위키피디아에 적용되지만은 않지만, NPOV와 개인주의의 결여, 그리고 빡빡한 규칙의 악용의 합작은 시너지 효과를 만들었다고 볼 수 있다.
나무위키는 비록 의도하지는 않았지만, 이 개인주의의 부재가 존재하는 한국 사회를 최소화했다는 점에서 점에서, 크게 성장했다고 볼 수 있다. 먼저 수많은 의견과 독자연구도 인정하고, 빡빡한 편집규칙과 출처에 대한 자유를 부여하였다는 점에서 사적 보복과 NPOV의 악용을 어느정도 최소화했다고 볼 수 있다.
한국의 언어적/정보적 폐쇄성
두번째로는 한국의 언어적 폐쇄성이 존재한다. 선진국 중에서 유일하게 고립어 국가인 한국은, 영어를 배울 때에 특유의 장벽이 존재하고, 다른 국가에 비해서 영어를 습득하는데 있어 상당히 많은 문제를 겪고있다. 이는 한국어 화자들의 자체 연구를 방해한다. 한국어판 위키피디아는 정보적으로 영어 위키피디아에서 이미 결론내어진 것들을 그냥 번역하는 일이 잦다는 것으로 설명할 수 있다.
한국 사회 내에서 얻을수 있는 정보도 상당히 제한적이다. 한국 고유의 문서(역사, 대통령 문제)문제를 제외하고는 한국어 위키피디아를 다채롭게 채울 출처가 다양하게 존재하지 않는다. 결국 논쟁이 일어나면 양 측이 사용하는 논거가 서로 고만고만하기 때문에, 서로가 서로의 정보를 너무나 잘 안다는 점이 논쟁을 감정적으로, 객관적인 정보가 아닌, 자신의 해석과 선입견을 바탕으로 논지를 전개하는 배경이 된다.
주의해야 할 점
물론 컨서버피디아의 예처럼, 미국 내에서도 용납될 수 없는 주장을 하는 사회적 부류는 분명히 존재한다. 한국어 위키피디아가 NPOV를 지향하는 이상, 받아들일 수 없는 거짓말이나 신화적인 요소는 받아들일 수 없다. 무조건 위키피디아를 편향적인 백과사전처럼 몰아가는 것은 금물이다.
영문 위키피디아가 리버럴하다는 비판도 미국 내에서 존재하지 않는다고 볼수는 없다. 그러나 위키피디아는 어느 백과와도 견줄수 없을 정도로 충실하게 내용을 담당하고 있다. 그 내면에서는 서로가 서로의 세계관이 다르다고 인식하는 사람들의 참여가 존재한다. 영문 위키피디아에서는 자신의 세계관과 자신의 인식을 한 문서에 강요하는 것을 차단하는 방법이 NPOV인 것이다.
결론
본 문서는 한국어 위키피디아가 위키위키가 난립하는 이 시기에 쇠퇴하는 이유를 대충이나마 보충해보았다. 한국어 위키피디아의 쇠퇴는 사실 기정사실이었다. NPOV는 다양성을 중시하는 문화를 가진 영문 위키피디아에서는 좋은 방향으로 발전하였다. 그러나 한국에서는 이 NPOV라는 관점이 필연적으로 결론을 도출해야만 하는 법칙 비슷하게 이해되었기 때문에, 악용된 감이 있다.
즉 한국어 위키피디아는 영문 위키피디아와 1:1로 비교하는 것은 무리라고 생각된다. 즉 한국어 위키피디아는 한국이라는 기형적 문화에 걸맞게 새로운 독자적인 룰과 방법을 구축할 필요가 있다. 과연 나무위키나 리그베다 위키계열의 위키를 상대로, 위키피디아가 가지는 우위는 무엇인가를 잘 생각해보고 대처하는 것이 필요하다. 단순히 위키피디아의 문제를 지적하는 것이 아니라, 왜 한국에서는 영문 위키피디아와 같은 서비스가 경쟁에서 밀렸는지를 우리의 행동을 기초삼아 생각을 해볼 필요가 있는 것이다.
'이슈와 담론 > 정치(Politics)' 카테고리의 다른 글
4차 산업혁명의 시대적 과제와 한국 대선 (0) | 2017.04.20 |
---|---|
트럼프가 일관적으로 외친 것, "일자리" (1) | 2017.01.24 |
공화당은 트럼프를 지지하지 않는다? (0) | 2016.11.26 |
Is President Bush a Realist? (0) | 2016.10.04 |
북한문제는 중국의 친중정권 수립이 해답이다. (1) | 2016.09.0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