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와 담론/정치(Politics)

트럼프가 일관적으로 외친 것, "일자리"

첼린저스 2017. 1. 24. 14:59


요즘 로스엔젤레스는 아주 뒤숭숭하다, 바로 트럼프 때문이다. 지하철은 시위대로 꽉 차있고, 버스는 온갖 포스터로 가득차있다. 


정말 뭐가 날것 같은 분위기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위대는 트럼프의 여성혐오나 인권적 부분에만 포커스를 맟추는 모양새이다. 그리고 미국의 선거 시스템에 문제를 제기하는 경우도 많다. 그러나 생각해보자.



오하이오같은 경우에는 2012년 대선에서 오바마가 롬니를 60대 30로 이긴 곳이다. 즉 민주당의 손을 들어준 것이 대부분이었다. 오대호를 주변으로 한 주들도 도시들을 중심으로 민주당 정권에 충분한 공헌을 해왔다. 그러나 오늘날  그 도시들의 배반으로 트럼프가 당선되고 말았다. 그 말은 뒤집어서 생각해보면 사실상 민주당이 지금까지 현 미국 선거시스템의 수혜를 받아왔다는 것이다. 왜 하필 지금 와서 선거 제도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는 건지 의문이다. 


해당 기사에서는 힐러리와 트럼프가 표가 차이가 난다고는 하지만, 사실 그 주들의 표를 공평하게 조정해도 트럼프가 이긴다고 한다.

http://nymag.com/daily/intelligencer/2016/12/electoral-college-fight-matters-though-trump-will-still-win.html


이들은 사실 중요한 것을 잊고 있다. 트럼프가 진정으로 준 메세지는 무엇인가? 바로 "일자리"이다. 


사실 민주당은 스스로가 자신이 노동자들을 위한 정당이라고 자부해왔다. 수많은 부랑자와 갈 곳을 잃은 사람들을 어디든지 볼 수 있는 도시민들은 민주당을 진심으로 지지했다. 중산층은 민주당을 지지했고, 주류 백인들과 농촌 사람들은 공화당을 지지했다. 이게 전통적인 미국의 선거였다. 도시민들은 민주당을 지지하고, 농촌과 로컬은 공화당을 지지했다. 그러나 이번 선거는 틀렸다. 제조업 노동자들이 등을 돌려버리고 만 것이다. 문제는 미국의 선거 시스템에서 오하이오나 와이오밍, 펜실베니아같은 북동부 주들이 선거에서의 swing votes를 가지고 있었다는 것이다. 



중보 공업지대의 쇠락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페공장. 

즉 민주당의 리버럴 진영은 트럼프가 당선되었다는 사실보다는 중부 지역의 노동자들이 돌아섰다는 사실을 더 충격으로 받아들여야 한다 . 왜 중부지역의 블루 칼라가 돌아섰을까? 캘리포니아의 도시들, 선벨트지역의 도시는 주로 화이트칼라 위주의 직업들이다. 그러나 블루 칼라는 틀리다. 지난 20년간 중부지역의 제조업은 침체를 금치 못했다. 결국 이는 블루칼라 노동자들의 실업률 증가로 이어졌고, 중부 주들의 인구이탈은 심각한 수준이기도 했다.  


백인 중하위층은 실력 위주 경쟁질서 속에서 엘리트 중심으로 꽉 짜여졌던 사회에 대한 불만을 트럼프 선택으로 드러냈다. 대학에 굳이 안 가도 숙련된 노동자로 여유를 누렸던 20년 전과 달리 고용불안, 서비스업으로 이직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루저’로 밀려난 박탈감을 표출한 것이다. 


경제적 지위에 따른 욕망이 인종과 성별을 넘어 혐오 속으로 모여들었다. 경제력을 갖춘 이민 1세대뿐 아니라 1.5세, 2세 전문직 종사자들도 끼어있다. 상시적인 구조조정 속에 정보기술(IT) 업계는 40대 경력직을 밀어낸 지 오래다. 값싼 무경력자, 인도나 중국, 남미 등지에서 온 고학력 이민자로 대체되고 있다. 의료계나, 연구직 역시 마찬가지다. 트럼프의 정책은 사이다처럼 향수를 자극했고, 먼저 이민 온 세대들은 트럼프를 용인했다. 한인들중 적지 않은 수가 트럼프에 투표하고, 많은 이민자 집단이 트럼프를 선택했다. 한국인들의 경우에는 오바마케어에 불만이 많았으며, 히스패닉같은 경우, 불법 이민자들이 자신의 일자리를 뺐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었다. 


트럼프 후보는 중산층 보호를 위한 부자증세 등의 의제와 별도로 보호무역 기치를 명확히 하고 있다. 발언도 직설적이다. “한국·중국·일본 등 아시아 각국이 미국의 일자리를 빼앗았다” “중국산 제품에 45%의 관세를 매겨야 한다” “한국은 경제괴물” “자유무역협정(FTA)은 재앙이다”라는 표현도 서슴지 않았다. 


힐러리 후보도 보호주의 노선에 몸을 실었다.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등에 부정적 입장을 밝혔고 최근에는 각국의 환율정책을 문제 삼기도 했다. 이들의 이런 목소리는 물론 민심의 호응을 겨냥한 것이다. 만성적 국제수지 적자와 빈번한 경제위기에 지친 상당수 미국인들은 미국의 제조업이 쇠퇴하고 일자리가 줄어든 것을 다른 나라 탓으로 여긴다. 


리버럴의 감성은 사실상 이들을 설득하는데 실패했다. 리버럴 진영은 이번 선거를 통하여, 사람들을 설득하고, 정말 당면한 경제적 문제가 무엇인지를 확인해야 한다. 이번 선거는 이상주의가 배고픔 앞에서는 맥을 추지 못한다는 것을 다시 한번 확인한 것이며, 지금은 힐러리 클린턴이 비록 총 득표에서는 이겼지만 몇년 후에는 민주당 후보가 총 득표에서조차 이기지 못할지도 모른다. 


민주당은 리버럴만의 당이 아니다. 아마 지금 민주당이 단순한 이상론에 젖어서 현실적인 경제 문제를 외면한다면 민주당의 운명은 위험하다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