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와 담론/종교(Religion)

진화론이 사회진화론을 도출하는데 큰 도움이 되었다는 거짓말

첼린저스 2014. 9. 11. 13:33

진화론이 사회진화론을 도출하는데 도움이 되었다는 주장은 사실 얼핏보면 설득력이 있으나, 근거없는 주장이며, 그 자체가 오류에 기초한 사상입니다. 우선 사회진화론과 우생학의 근원은 진화론이라고 하면서 진화론이 가져다준 것이 나치나 아니면 미국의 우생학 실험이라고 하면서 창조설을 주장하는 사람들이 진화론을 까는 결정적 근거라고 사용합니다. 


자연주의적 오류

그러나 우생학과 사회진화론은 자연주의적 오류에 절여진 잘못된 주장입니다.우선 먼저 자연주의적 오류라는 것이 무엇인지 알려드리자면'사실 판단'에서 그대로 '가치 판단'을 이끌어내는 오류"입니다. 네이버 사전에서는 이렇게 정의하고 있습니다.


자연주의적 오류(Naturalistic Fallacy)

윤리학적이 아닌 전제에서 윤리학적인 원리를 끌어내거나, 윤리학적이 아닌 용어에서 윤리학적인 개념을 정의하는 오류. '

 

쉽게 말하자면 '배는 물에 뜬다'라는 사실 판단에서 '배는 물에 떠야 한다'라는 가치 판단을 이끌어 내는 식이죠.둘이 뭐가 다른지 잘 감이 안오시는 분들을 위해 약간 극단적인 예를 들어볼게요.자연주의 오류는 나치가 유대인을 박해하던 논리입니다나치 독일은 '아리안 민족이 다른 민족보다 우월하다'라는 생각을 했습니다.('우생학'이라고 하죠) 많이 양보해서 이 생각이 맞다고 해보죠.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러므로 다른 민족은 아리안 민족의 지배를 받아야 한다'라는 결과를 도출해 낼 수 있는 건 아닙니다.


이게 바로 자연주의적 오류(naturalistic Fallacy)입니다.


'여성이 육아를 하는게 훨씬 효율적이다'라는 사실로부터 '육아는 반드시 여성이 해야 한다'라는 결과가 도출되지 않고,'장애인은 신체능력이 떨어진다'라는 사실로부터 '장애인은 직업선택에서 차별을 받는게 당연하다'라는 결과가 도출되진 않습니다.

 

마찬가지로 "강한 개체가 자연선택에 따라 살아남고 진화한다"라는 사실로부터 "강자는 약자에게 당하는 것이 당연하다" 라는 결과가 도출되지 않는 것입니다. 즉 사실판단이 가치 판단을 이루어낼 수 없다는 겁니다. 이런 이유때문에 진화론이 악용되었으면 악용되었지 결코 진화론이 우생학과 사회진화론의 근거를 제공하는 것이 아님을 알아야 합니다. 

 

사회진화론은 누가 만들었는가

많은 사람들이 사회진화론의 시조가 찰스 다윈이라고 알고 있지만, 사회진화론의 시조는 바로 허버트 스펜서 (Herbert Spencer) 라는사회학자가 만들었습니다. 그의 성향은 우생학의 큰 기반이 되는 라마르크 학설을 따르고 있었죠. (라마르크는 용불용설을 주장했던 사람입니다.) 오늘날의 과학계는 라마르크의 학설을 부정하고 있죠. 실질적으로 사회진화론과 자연과학에서 다루는 진화론과의 공통점은 없다고 봐도 됩니다. 단지 용어상에서 "진화론"을 사용할 뿐 말입니다.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우생학이나, 사회진화론과 간접적이나마 관련이 있는 학문은 진화론이라기보단 유전학에 더욱 가깝습니다. 유전학이 발전하면서 사회진화론과 우생학이 탄생하게 됩니다. 



진화론과 사회진화론의 결정적 차이점 

또한 결정적인 차이점은 진화론은 긴 시간동안 살아남을수 있는 종은 많은 유전적 다양성을 가진 종이라는 것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다양성을 가진 종이 오랜 시간동안 살아남는다는 것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결정적으로 우생학의 방향과 차이가 나죠. "우등한 유전자"와 "열등한 유전자"를 구분하면서 열등한 유전자를 말살하려 했다는건 정면으로 진화론의 주장과 상반됩니다. 지금까지 우생학자나 사회진화론 지지자들이 벌여놓은 짓은(정치적이던 사회적이던) 대부분 종의 다양성을 떨어트리는 정책이었죠. 이민 제한이나, 이탈리아 이민법을 막고, 중국인의 미국 이민을 막았을 뿐만 아니라 유대인이 유전적으로 떨어진다며 말살을 주장했습니다. 결국 유전적 다양성을 해친다는 점에서 진화론의 취지와 정면으로 어긋나는 짓을 벌인다는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