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와 담론/종교(Religion)

종교의 자유 - 정치와 종교의 분리를 둘러싼 싸움

첼린저스 2016. 6. 30. 18:15

사실 우리나라나 대부분의 헌법에 보장된 “종교의 자유” 라는 조항은, 상당히 애매한 것으로서, 국가가 종교의 자유를 어떻게 제한해야 하는지, 또는 어떻게 보장해야 하는지 갑론을박이 나오는 조항중에 하나입니다.


현대 들어서 확립된 종교의 자유는 수많은 논쟁 끝에 결정된 것으로, 근대 법제가 가장 먼저 확립된 미국이나 프랑스에서 확립이 되었습니다. 이는 수많은 이슈에서 종교와 국가가 부딫치는 일이 근대 사회가 확립된 유럽이나 미국에서 일어났기 때문입니다. 우리나라의 경우에는 최근 종교와 시민사회의 갈등이 부각되었지만, 대부분 미국의 선례와 법리를 따르는 경우가 많았죠, 


영국의 경우에는 “우호적 정교분리” 정책을 취하는 국가로서 성문 헌법이 없고, 영국의 국왕이 잉글랜드 교회(영국 전체는 아님)의 수장을 겸하고 있으며, 성공회가 잉글랜드의 국교인 관계로(물론 국민들은 거기에 그닥 신경을 안 쓰는것 같습니다만), 우호적 정교분리를 취하고 있습니다. 전투적 무신론자로 소문난 리처드 도킨스도 영국이 “종교에 대한 무제한적인 비판과 비난을 제제하려고 하고 있다.”식의 발언과 함께 각 종교 학교들을 비판한 적이 있죠.


반대로 프랑스 법제도의 경우에는 헌법에 “라이시테” 라는 개념이 있습니다. 바로 공화국의 이념과 반대되는 종교는 공화국 내부에서 허가할 수 없다는 관점으로, 적대적, 또는 비우호적 정교분리의 예입니다. 이 부분은 추후에 보충 설명이 필요합니다.  


물론 저 위의 두 나라는 물론이고, 딱히 상위 법률에서 정교분리에 대한 자세한 조항을 넣지 않아, 두 정교분리 이념이 직접 부딫치는 경우도 있죠. 대표적인 예로 독일과, 미국, 우리나라가 있겠네요. 우리나라의 경우에는 추후 이야기해 볼 테니 먼저 근대사회를 우리보다 먼저 확립한 미국의 경우를 보겠습니다.


미국의 경우에는 건국 직후부터 머리 아픈 문제로, “연방 헌법”이 아닌 “권리 장전” 1절에 정교 분리를 표방하긴 했지만 13개중의 2개의 주가, 스스로 자신이 “기독교 스테이트(christian state)” 라고 선포했죠(이 당시에는 권리장전을 소속 주가 거부할 수 있었던 시절입니다) 결국 1848년까지 메사추세츠 같은 곳에서는 유대인은 공직 사회에 진출할 수 없었습니다. 비록 연방 단계에서는 정교 분리를 표방하긴 했지만, 근대 까지 신정 국가, 국교를 유지하던 주들이 꽤나 있었습니다. 미국은 결국 적대적 정교분리주의자와, 우호적 정교분리주의자들의 싸움 장이 될 수밖에 없었습니다. 


우호적 정교분리자의 경우에는 종교를 자유롭게 공공장소에서 표현할 수 있고, (십계명 강의, 공공장소에서의 기도 및 선교 행위, 크리스마스에서 예수 및 동방박사 장식품 및 공공 장소에서의 예배 행위를 허가해달라는 관점이죠, 미국 역사에서 대표적인 케이스로는 비우호적 정교분리를 두고 헌법재판관 안토니 케네디 (Anthony Kennedy)가 “종교를 향한 부당한 폭압(unjustified hostility to religion)”이라는 말을 한 뒤로, 조지 부시 대통령과 닉슨, 도널드 레이건 대통령이 우호적 정교분리 스텐스를 취했죠. 


비우호적 정교분리자의 경우에는, 극단적인 경우, BC/AD대신에 CE를 사용하거나, 달력의 이름마저도 다르게 사용하는 등의 극단적 종교 분리정책을 주장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대표적인 경우가 빌 클린턴 같은 경우가 있습니다만, 비우호적 정교분리의 경우에는 민주당이 집권했을 때 주로 발생합니다.


여튼 미국은 두 관점이 공존하는데, 대표적인 예로, 기도로 시작하는 미국 연방 의회 제도와 대통령 당선자가 성경에 대고 맹세를 하는 것을 확립했던 미국 초기와 달리(요즘은 쿠란도 추가 되었습니다), 18세기와 1968년까지는 비우호적 정교분리의 시대가 열리게 됩니다, 이때 공립 학교에서 기도를 강요하거나, 성경 구절을 암송하는 것이 금지되었고, 1968년에는 헌법 재판소가 아칸소 주가 진화론을 교과가정에서 가르치는 것을 금지하는 법안을 무력화시켰죠. 


미국에서 아이젠하워 대통령에 의해 임명된, 얼 워렌 대법관은, Lemon Test(레몬 테스트) 라는 원칙을 확립하여, 헌법 재판소가 사건이 비우호적 정교분리로 다루어져야 하는지, 아니면 우호적으로 다루어져야 하는지는 헌법재판소가 결정할 사안이라는 원칙을 확립합니다. 물론 연방 대법관들은 2004년까지 비우호적 정교분리를 고수하는 판결을 내었습니다. 다만 이 원칙이 확립된 이후로, 대법원(헌법재판)에서는 종종 우호적 정교분리에 입각한 판결이 나오기 시작합니다.  


이것이 종교의 자유를 둘러싼 관점들에 대한 대략적인 설명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