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와 담론/민족주의 (Nationalism)

이민 정책이 실패하는 이유

첼린저스 2016. 7. 14. 19:38

이전 글에서 이야기했듯이 이민자를 받아들이고 그에 따른 다문화 정책은 우리나라에게 충분히 필요한 정책이며, 이를 그만둘수 없음을 밝힌바 있다. 그러나 다문화정책이 비록 변화해가고 시행착오를 겪고 있지만, 지금까지 기존의 정책으로도 성공한 국가들도 많고, 실패한 국가들도 있으며, 난항을 겪고 있는 경우도 있다. 몇가지 사례들과 그 이유를 정리해보도록 하겠다


이민자를 "희망"이 아닌 "짐"으로 여기는 사회 환경


1) 경제적인 이유로서의 텃새 - 주로 좌측에 계시는 분들이 주장하는 텃세다. 일자리를 빼앗는다는 주장이 그러한 예이다

2) 페쇄적인 사회 환경 - 농촌의 경우에는 더더욱 그렇고, 우리나라같이 한 문화가 다수를 차지하는 나라가 그렇다. 

3) 이민자들을 위협으로 보는 환경 - 미국의 911 테러 이후에 무슬림 이민자와, 오원춘 살인사건 이후 조선족 같은 경우가 그 예이다


최근 흥미로운 연구가 보이는데, 캐나다의 경우 이민자들이 시민권자가 되는 비율이 다른 나라보다 더욱 높았고, [1] 또한 추가로 캐나다에 정착한 이민자들은 투표율이 높고, 공공부분에서 더 많이 일하며, 이민자출신 시장이나 당선직에 당선되는 비율이 높다고 한다 [2][3] 


또 출처에서 밝힌, 베트남 이민자들을 연구한 Bloemraad의 논문에 따르면, 토론토에 살고 있는 베트남인이 정치 참여율과 사회 문제에 대한 의견 제기등, 사회에 동화되는 속도가 미국 보스턴에 살고 있는 사람들보다 더욱 높았다고 한다. 이에 대한 이유와 통계를 제시하며, 미국의 경우에는 미국에서 태어나서 기초 교육을 받은 사람들은, 자신의 정체성에 대한 강한 자부심과 자존심을 가지고 있고, 국가 정체성을 부정하고 다문화 국가(캐나다인을 부정하지는 않는다) 를 표방하는 캐나다의 경우에는 나라에 대한 자부심과 자부심이 상대적으로 낮다고 한다. 즉 이민자들에게 우호적인 환경일수록 이민자는 더욱더 쉽게 적응한다는 것이다. 


흥미로운 것은 이슬람 이민자들에 대해서도 이슬람 이민자들이 적응하는 비율이 캐나다가 다른 유럽 국가들보다 더 높은 경우를 볼 수 있는데, 캐나다인의 경우에는 이민자는 캐나다에 도움이 되는 사람들이라는 인식이 다른 나라보다 높다는 결과도 나왔다. 물론 이슬람 이민자들에게도 호의적인 감정이 높다고 한다. 


여기서 아주 중요한 포인트가 나온다. 이민정책들이나 다문화주의 정책이 실패하는 이유, 또한 이민자들이 사회에 녹아들지 못하는 이유는 바로 사회 분위기에 존재한다는 것이다. 이민 정책의 실패의 원인이 이민자에게만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우리 사회가 이민자들을 "희망" 이 아닌 "짐"으로 여긴다면 이민 정책은 실패할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조선족이 한국에 적응하지 못하는 것이 조선족에게만 잘못이 있을까? 조선족을 대한민국에 녹아들게 하려는 우리의 정책은 왜 난항을 겪고 있을까? 그건 단순히 조선족의 문제만이 아니라는 것이다. 


교육과 제도의 부재


먼저 이민정책이 실패하는 부분에는 교육이 가장 큰 문제이다. 단순히 다문화에 대한 학습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국가 자체가 언어에 포용적이어야 하며, (즉 국민들이 다른 언어들을 배우도록 권장해야 한다) 언어를 통한 타 문화 학습을 시켜야 한다. 우리나라의 경우에는 영어와 중국어, 또는 일본어를 배우는 사람들이 많지만, 그 문화를 많이 가르치지는 않는다. 우리나라의 경우에는 "영국남자" 같은 외국인들의 유튜브는 뜨고, 많은 사람들이 다른 문화와 언어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데, 학교는 그것을 따라가지 못한다. 


또한 역사교육도 그 예인데 Bloemraad가 제시했듯이, 역사 교육과 시민개념에 대한 정확한 교육이 필요하다. 캐나다의 경우에는 캐나다인을 부정하지는 않으며, 캐나다인의 애국심을 강조하지만, 캐나다가 엄연히 다양한 뿌리로부터 왔음을 강조하고, 주류 문화가 수많은 곳에 기원을 두고 있음을 강조한다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어떠한지 생각해 보아야 한다, 우리나라는 예로부터 민족의 투쟁과 외침을 중심적으로 역사에서 배우며, 일제강점기 역시도 한반도가 어땟는지에 대한 객관적 서술보다는 독립운동사 중심으로 서술되어 있다. 이러한 교육 역시 국가정체성을 갖게하여, 결국 정책상으로는 악영향을 끼치게 되는 것이다. 


이외에도, 자잘한 제도, 이중국적을 허용하지 않는 제도, 시민권 시험에 어려운 언어와 문화를 필수로 집어넣는 것은 이민자들이 더욱더 사회에 동화되는 것을 막는다, 시민권과 신분 안정은 이민자들이 나라에 정착하는데 가장 필수적이고 기본적인 수단이다. 


가치관의 문제와 사회로부터의 분리


가치관의 문제는 주로 유럽 국가에서 극단적인 예를 찾아볼 수 있다. 이슬람에 대해서 말하자면, 이슬람의 경우에는 자신의 문화와 종교를 지키기 위해 소규모 학교와 커뮤니티를 만드는 경우가 아주 많다. 예를들면 헌법에서 라시에테를 채택하고 있는 프랑스의 경우, 세속주의를 국가방침으로 정하고 종교에 관련없는 형평성을 추구한다. 예를 들자면, 이슬람교가 돼지고기를 먹지 못 한다고 해서, 급식에서 돼지고기를 빼주지 않는다거나, 히잡을 착용하면 문제삼는 정책을 추친시도한다는 것이 바로 그런 예이다. 이 경우, 자신들의 문화를 지키기 위해, 무슬림 이민자들은 주류 사회로부터 자신을 분리시켜, 자신의 문화를 보호하려 한다. 


가령 독일의 경우 이러한 문제를 가장 심각하게 겪고 있다. 일부 터키 이민자들이 자녀들을 독일 학교에 보내지 않고 터키인이 코란을 가르치는 학교에 보낸다고 한다. 이들은 독일어를 아예 가르치지 않는다. 대다수의 독일인들은 이를 대단히 못마땅하게 생각한다. 대를 물려서 독일에서 사는 터키인이 되고 끝내 동화되지 않는다. 


학창시절에 독일어를 배우지 못한 청소년들이 성장 후 독일어를 제대로 구사할리 만무하다. 그러면 독일 사회에 적응할 수 없다. 또 자녀들에게 양성평등, 민주주의에 배척되는 내용을 가르치는 등 기존 독일의 문화와 상충되는 내용을 가르친다고 한다. 이러한 가르침 속에서 자란 자녀들이 과연 독일 사회, 독일 문화를 잘 이해할 수 있을까? 


미국에서도 이와같은 현상이 많고, 물론 이슬람권 이민자들만큼 심하지는 않지만, 많은 아시아인들은 코리아타운, 차이나타운, 리틀도쿄같은 자신의 큰 "중앙" 커뮤니티를 가지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미국인들과 섞여살며 사회로 흡수해들어가는 스페인어권과 다른 점이기도 하다. 이민 정책이 실패하는 이유는 주류 사회와의 가치관의 차이로 인해 사회로부터 분리될 때 발생한다. 


낙관적인 정책


많은 사람들이 착각하는 것이 있다. 짜장면을 좋아하는 것이 중국인을 좋아한다는 것이 아니며, 스시를 좋아한다는 것이 일본인을 좋아한다는 것이 아니다. 피자와 파스타를 좋아한다고 해서, 이탈리아인을 좋아한다는 것은 더더욱 아니다. 해당 문화에 관심을 가지고, 독특한 문화에 관심을 가진다는 것이, 결코 그 이민자 그룹에 우호적이라는 뜻이 아니라는 것이다. 


불쾌한 골짜기 이론을 들어본적이 있는가? 사람은 인간과 닮은 로봇일수록 더욱 더 혐오감을 느낀다는 이론이다. 즉 자신과 비슷한 부류일수록, 다른 점을 발견했을때 혐오감을 깊게 느낀다는 이론이다. 이 이론은 조선족에게도 비슷하게 적용되지 않을까 싶다. 우리와 큰 차이가 나는 이민자들은 "차이"를 이성적으로 용납할 수 있지만, 우리랑 비슷하면서도 많은 부분이 다른 조선족에게 더욱 혐오를 느낄수도 있다. 



(불쾌한 골짜기 이론)


또한 이는 동아시아권에서 온 이민자들을 더 싫어하는 것에서도 관찰되는데, 예를들어 일본인과 중국인 이민자의 경우, 우리나라의 문화랑 대응되는 것이 많기 때문에 충돌이 많다. 예를 들면, 구미 출신 이민자들의 경우, 빵을 먹고 포크와 나이프를 쓰기 때문에 차이를 인정하기가 더욱 쉽지만, 일본과 중국의 이민자들의 경우, 우리랑 비슷하게 밥을 먹고 수저을 이용하지만, 수저를 놓는법과, 식문화가 일일히 차이가 나기 때문에 분쟁의 요소가 더욱 많다. 즉 해당 예를 확대해 보면, 오히려 가까운 나라에서 온 사람들에게 더욱 배척이 심할수도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가 빵을 먹는 사람들이 많아져도, 일본인처럼 젓가락을 사용해서 밥을 먹거나 하진 않으니 말이다.    


즉 정책도 낙관적이면 오히려 역풍을 낼 수 있다.



출처

[1] Irene Bloemraad, Becoming a Citizen: Incorporating Immigrants and Refugees in the United States and Canada (Berkeley: University of California Press, 2006).

[2] Paul Howe, “The Political Engagement of New Canadians: A Comparative Perspective,” in Belonging? Diversity, Recognition and Shared Citizenship in Canada, eds. Keith G. Banting, Thomas J. Courchene, and F. Leslie Seidle (Montreal: Institute for Research on Public Policy, 2007).

[3] Michael Adams, Unlikely Utopia: The Surprising Triumph of Canadian Pluralism (Toronto: Viking, 20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