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와 담론/정치(Politics)

국가가 허락한 시민운동, 부모가 허락한 힙합

첼린저스 2016. 5. 27. 01:31

LGBT운동과 여성운동을 가지고 문제삼는 부류들이 잇다. "나는 양성평등은 좋은데 '페미니스트'는 아니야" "나는 그들의 과격성이 싫어. 나는 동성애는 상관안하는데 동성애자들의 과격한 행동이 싫어." 같은 주장을 하는 부류들이 아주 많다. 본인의 생각은 어느정도 다르다고 볼 수 있다. 실제로 범죄를 저지르거나 하는 부류는 개개인의 문제로 들어가야지, 그 전체 운동을 매도할수는 없다고 생각하고 있다.


1969년, 뉴욕 그리니치빌리지였다. 6월 28일에 경찰이 게이 바를 습격했다. 그 시절에는 '게이가 되는 것'이 아직도 불법이었기 때문에, 꽤나 흔히 일어나는 일이었다. 하지만 그 날 밤, 그 바에 있던 사람들은 그런 일이 지긋지긋했다. 그들은 오직 자신들의 정체성 때문에 경찰들이 잔혹하게 대하는 것이 진절머리가 났다. 이유 없이 타겟이 되는 것, 외모 때문에 멸시 당하는 것, 일반 시민들 틈에서 도움을 청할 곳이 경찰 뿐인 것, 도망칠 곳도 없이 코너에 몰리는 것이 지긋지긋했다. 많이 듣던 얘기 같은가?


그래서, 경찰이 바를 습격했던 그 날 밤, 사람들은 맞서 싸우기로 했다. 건장한 베어들, 드랙 퀸들, 레즈비언들이 힘을 합쳐 경찰에 맞서 싸웠다. 그리고 그들이 우위를 점했다! 이 싸움은 거리로 번져나갔고, 이웃 바와 가게들도 말려들었다. 하필 그때 그곳을 지나던 운 나쁜 시민들이 다치기도 했다.


"게이 파워!" 그리니치빌리지의 거리를 때려부수며, 사람들은 이렇게 외쳤다. 도시의 다른 곳 - 그리고 미국의 대부분 - 은 겁에 질려 '짐승들이 거리로 뛰쳐나와 자기들의 도시를 파괴하는' 것을 지켜보았다. 그들은 "이렇게 해서 뭘 얻겠다는 건데? 왜 자기 가게랑 바를 때려부숴? 괴물들이야!"


하지만, 그들이 뭘 얻었는지 아는가? 그들은 억압당하며 사는 것이 지긋지긋하다고 생각한다는 걸 온 세상에 보여주었다. 그들은 우리가 '열등한 존재' 내지 2등급 시민 취급 받는 게 진절머리가 난다고 선언한 것이다. 그리고 그 이후로 세상은 달라졌다. 곧 하비 밀크가 나타났고, 목소리를 높이는 사람들이 그 뒤를 이었다. 마침내 2015년 4월 28일이 온다. 대법원이 동성 결혼을 인정하는 연방 법을 만들 참이다.




우리는 민주화 시위를 본 적이 있는 세대이고, 4.19혁명을 교과서로 배운 세대이다. 민주화 시위들이 국가가 허락한 시민운동이었는가? 부모가 허락한 것이었는가? 심지어 우리가 너무나 당연하게 생각한 여성 투표권도, 여성과 남성은 사회적으로 자신의 자리가 있다는 그럴듯한 주장에 반대하여 가두행진과 [1] 각종 투쟁을 벌였기에, 결국 1930년에 이를 대부분의 국가들이 인정하게 되고, 우리나라에서도 정부수립당시에 여성 참정권이 이루어진 셈이다. 현재의 여성운동은 이를 계승한 것 뿐이다. 


우리나라의 예만 들더라도 1990년대 ‘남성만 호주가 될 수 있다’고 규정한 호주제를 폐지하기위해 여성계에서 얼마나 애썼고, 유림에서 얼마나 격렬하게 반대했는지 신문 기사를 조금만 검색해 보면 알 수 있다. 결국 호주제는 대법원까지 가서야 폐지될 수 있었다. 이밖에 성폭력 방지법, 성매매 특별법 등을 위해 성폭력과 성매매 피해자들의 목소리를 드러내고 법제화를 통해 여성을 위협하는 행위를 방지하기 위한 여성계의 수많은 가시적, 비가시적인 노력이 있었다. 동시에 남녀 모두 살기 좋은 세상을 만들려는 그런 노력들을 조롱하면서 폄하하려는 세력들이 존재했다.


이러한 시각은 보통 허락하는 쪽에서 허락받는 쪽이 위에 서있는 경우가 많으며,  ‘상위 위계가 허락하고 인정한 행위에 한해서만 허용한다’는 것이다. 하위 위계의 존재들이 지지고 볶는 그 못마땅한 행위들은 처벌받아야 마땅하나, 그 중에는 상위 위계의 입장에서 볼 때 ‘귀엽게 봐 줄 수 있는’, ‘어느 정도 선에서 적당히 그만두는’ 것들은 봐주겠다는 것이다. 즉 자신이 봐줄만한 선에서 그만두면 허락하겠다는 얼토당토 없는 주장이라고 볼 수 있다.


우리 게임을 보자, 아프리카 TV를 보자, 부모가 허락한 게임, 부모가 허락한 아프리카 TV, 이러한 사회적 인식은 결국 무슨 결과를 낳았는가. 밝은미래 학부모연합부터 각종 학부모단체들이 어떠한 결과를 낳았는가? 결국 나쁜 게임, 착한 게임에 대한 일방적인 편가르기로, 정부기관에 의해 찍힌 나쁜 게임들은 어떻게 되었으며, 또한 아프리카 TV의 사회적 인식은 어떻게 변했는가? 결국 부모가 허락한 게임(주로 공공기관에 의해 서비스 되는 경우가 많다. 왜인지는 모르겠지만)과 부모가 허락한 TV프로는 지금 미디어를 통제하는 가장 큰 원인이며, 시대착오적인 정책을 정당화 시킨다. 


왜 우리는 중국공산당이 위성정당화 시킨 정당중에 우익 위성정당(중국 국민당 혁명위원회, 중국 치공당) 과, 5공때 만들어진 진보정당을 비웃는가? 그것은 중국공산당의 우당(友黨)과 5공때 만들어진 진보정당들이 바로 체제에 반대하는 세력이 아니라, 체제를 공고히 만들어주기 때문이다.


그리고 여러분이 과격한 행동을 싫어할수 있는 것은 여러분이 바로 이들과 관련이 없거나, 해당 문제에서 상위 위계에 속한 경우일수록 과격한 행동을 싫어할 확률이 있다. 6월 항쟁때, 4.19때 이런 말을 한 사람이 어떻게 되었는가?


아 나는 민주화가 좋은데 민주화운동이 너무 폭력적인게 싫어




[1] 여성운동의 역사 http://www.infoplease.com/spot/womenstimeline1.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