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가 페미니스트가 될 수 있냐 없냐를 따지는 논쟁은 페미니즘을 다루면서 중요하게 다루어지는 문제다. 정확히는 엠마 왓슨이 UN에서 양성평등에 대해서 연설한 he for she (그는 그녀를 위해) 연설이다. 이 연설은 "남성이 페미니스트가 될 수 있는가" 에 대한 논쟁을 불러일으켰다. 이게 왜 문제가 되는가? 라고 묻는 사람들이 있다.
페미니즘의 정의를 놓고 이루어지는 분분한 싸움들
우선 페미니즘을, 정의하는 방법에 따라 달라진다. 남자가 페미니스트가 될 수 없다고 주장하는 측에서는 페미니즘의 전통적인 정의를 따르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 전통적인 정의란 페미니스트는 "상대적으로 낮은 여성의 권리를 높임으로써 성평등을 실현" 한다는 정의인데 여기에서 여성주의를 강조하는 사람들이 주로 남자가 페미니스트가 될 수 없다고 주장하는 경향이 있다. 페미니즘은 여성들의 전유물이며, 여성들을 위하여 존재하고, 여성과 남성의 생물학적 차이를 강조하는 것이 주 포인트라 보시면 되겠다.
다만 반면에 현대에는 수많은 젠더들이 정의되기 시작하였으며, 성 정체성이 단순히 하나나 둘이 아니며 수많은 성 중에서 , ‘인간’이라는 공통적 요소들의 중요성을 더욱 강조하는 ‘휴머니스트 페미니즘’의 입장에 서 있는, 즉 "성평등"을 강조하는 부류들이 있다. 이 부류의 경우에는 남성도 페미니즘 운동에 참여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다. 즉 페미니즘의 정의에서 성 평등을 강조하는 부류는 남성들도 스스로가 변화되어 남성우월주의와 가부장제와 싸워 나가야 한다는 것이다.
즉 인정하는 페미니즘의 뜻은 같더라도, 어느 부분을 강조하느냐가 바로 포인트이다. 여성의 권리 신장을 강조하는 부류와, 성평등을 강조하는 부류, 이 두 부류의 싸움이라고 보는 것이다.
결론적으로, 나는 남성이 페미니스트가 될 수 있는가 될 수 없는가는 문제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19세기 가장 영향력 있는 영국의 철학자이며 정치가 중의 한 명이었던 존 스튜어트 밀은 1869년에 나온 ‘여성의 종속’이라는 책에서 "여성과 남성의 평등성이 법과 교육을 통해 가정과 사회에서 실현되어야 한다" 라고 이야기했다. 즉 페미니스트 아내를 조력자로서 도와주었던 대철학자 막스 베버처럼, 그리고 미국의 여성 운동 시대를 살다 간 수많은 남성 운동가들처럼 말이다.
아마 이 글을 쓰는 필자는 여성이 아니기에 여성의 해방(?)에 대한 이슈에 대해서는 세세하게 챙겨줄수 없을지도 모른다. 페미니스트를 어떻게 정의하느냐에 따라서 틀려지는 문제이며, 다만 필자가 페미니스트인지 아닌지를 떠나서, 가부장제 사회에서 여성을 보는 시선의 대부분이 매우 나쁨에 대해서는 동의를 하는 편이다. 또한 본인은 여성의 권리는 여성이 가장 잘 알것이며, 여성이 능동적인 주체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미국에서 흑인 인권운동을 할때 주체는 흑인이었고, 조력자는 진보적인 리버럴 백인층이었다. 마찬가지다. 남성은 어디까지나 여성 인권 문제에 대해서는 조력자가 되어야 한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남자가 할 일이 없는건 아니다. 바로 남성이 우월하다는 생각을 스스로 버려야 되고, 여성이 가부장제가 존재하는 현 사회에서 상당한 불이익을 받는다는 것을 자각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우리 사회, 즉 가부장제가 남성에게 강요하는 고정관념을 남자 스스로 타파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왜 난 울어도 안 되고, 강인하고 약한 모습을 보여주면 안 되는건가? 내가 왜 부인을 일방적으로 먹여살려야 하는가? 같이 벌어서 집안일도 같이하고 애기도 같이 돌보면 안 될까? 부인이 돈벌면 내가 집안일 하는거고 가장없이 그냥 서로 이야기하고 살면 되는 거 아닌가. 멀리갈 필요도 없다. 이 정도부터 시작한다면 좋은 출발점이 되지 않을까?
역사가 그렇다. 흑인 인권 운동과, 노예 해방운동, 19세기 식민지들의 해방은 대부분 주류 사회의 변화로서 이루어졌다. 백인 사회가 변화하지 않았다면 흑인들은 아직도 자신의 권리를 위해 투쟁하고 있을 것이고, 열강은 아직도 식민지를 부리고 있었을 것이며, 소수자들은 핍박받고 있을 것이다. 주류 사회를 능동적인 한 소수 집단이 끈질기게 설득해야만이 사회를 바꿀수 있다는 생각을 가져야 한다.
따라서 본인은 성 평등을 강조하는 페미니스트가 필자를 본다면 나를 페미니스트로 인식할 수도 있다. 나는 가부장제에 문제제기를 하고, 사회가 나한테 강요하는 남성성을 거부하며, 지금의 사회가 남성편향적임을 인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남성이 페미니스트가 될 수 없다고 주장하는 부류가 나를 본다면, 페미니스트가 아닐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게 무슨 소용인가. 나도 가부장제가 싫다. 우리가 서로의 길을 달려나가다 보면 언젠가 한 지점에서 만나게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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