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와 사회/정치학과 사회학

한국의 헌법재판소와 미국의 헌법재판소를 비교해보자

첼린저스 2017. 3. 12. 14:45

한국의 헌법재판을 지켜보며 미국의 헌법재판은 어떻게 다른가 한번 살펴보도록 하자


미세한 차이들


미국은 연방대법원과 각 주 대법원이 따로 존재하고 연방대법원은 오직 두 가지 종류의 사건에서만 시심적 관할권을 행사할 수 있다. 즉, 외국 사신들이 관련된 사건과 주가 한쪽의 당사자로 되어 있는 사건이다. 그 밖의 모든 사건은 하급법원으로부터 상소되어야만 대법원에 올라올 수 있다.


대법원이란 이름과 달리 미국 연방대법원은 국가적 중요도를 가진 사건에 대하여 상고허가를 통하여 제한적 판단을 하며 한국의 대법원과 헌법재판소의 역할을 통합하여 보유하고 있다. 연방대법원의 경우에는 다소 차이가 있으나 연간 100여 건 정도로 매우 적은 사건 만을 처리한다.


미국에서는 찬반의견을 서로 밝힌다. 누가 찬성했는지도 알려주며, 누가 반대했는지도 알려준다. 그리고 제 3의 의견이 있는지도 알려줄뿐더러, 각 재판관들이 각자의 의견을 적은 문서를 작성하여, 다수결로 결정하게 된다. 


https://www.supremecourt.gov/opinions/14pdf/14-556_3204.pdf


해당 링크를 클릭하여 보면 각자의 재판관이 각자의 찬반의견과 그 이유를 하단에 후술하고 있다. (40P)부터, 즉 이렇게 자신의 찬반과 그 이유를 각자가 이야기한다음 다수결로 결정하는 것이 미국의 연방대법원이다.


한국에는 이게 얼마전까지만 해도 존재하지 않았다는 것에 상당히 놀랐다. 예를 들자면, 노 전 대통령 탄핵 결정문은 기각 사실과 기각 사유만 명시했을 뿐 탄핵에 찬성한 재판관은 있었는지, 있었다면 몇 명이었는 지 알 수 없었다. 또 재판관 개개인이 내놓은 견해와 의견도 전혀 알 수 없었다. (이 때문에 헌정사상 초유의 대통령 탄핵사건 결정문이 역사적 의의에 비춰 내용이 부실하고 책임 소지가 불분명하다는 비판이 뒤따랐다. ) 법관의 투표 뒤에 결정문만이 나왔다. 


이에 한국에서는 국회가 ‘탄핵심판과 정당해산심판에 관여한 재판관의 의견표시의무에 대한 명시적 근거가 없어 소수의견을 결정문에 표시하지 못하는 문제가 있다’는 이유로 2004년말 헌재법 개정안을 발의해 통과시켰다. 


(이런것도 차이점이라면 차이점이다)


미국: 대법관의 임기는 존재하지 않는다. 왠만해서는 파면도 못함


미국의 대법원 재판관들은 행동에서 특별한 문제가 존재하지 않는한, (비행이나 가정폭력이라던가.. 등등 도덕성 문제) 파면되거나 하지는 않는다. 하원에서 도덕적인 이유를 들어 파면시킬 수 있으나, 250년이 다되어가는 미국의 역사속에서 단 한건밖에 존재하지 않았다. 또한 정치 문화가 대통령을 탄핵시킨 예가 한번도 없듯이, 대법원의 독립적인 권한을 침해하지 않으려는 정치적 문화 때문에, 탄핵할 이유가 존재해도 상당히 신중하게 탄핵하는 편이다.


즉, 병이나 부상으로 더 이상 대법관직을 수행할 수도, 사임할 수도 없는 대법관을 대체하는 방법은 아직까지 없다


한국과 가장 다른점이기도 하다. 이는 재판관을 보호하려는 조치중에 하나로서, 대법관이 퇴임후에 어떠한 정치적 보복을 받지 않고, 안전을 보장하는 제도인 동시에, 자신의 소신을 꿋꿋히 전개해 나가도록 하는 제도이다. 즉 워렌 대법관처럼 정치적 보복을 두려워하지 않고,  자신을 임명한 행정부를 배신하고 행정부에 반하는 판결을 연속적으로 내기도 한다. 또한 대법관은 종신직이기 때문에, 한 정부가 무더기로 헌법재판소의 성향을 변경할 수 없다. 대부분의 대통령이 자신의 임기에 1명 많으면 3명정도의 재판관을 임명한다. 임명 못한 대통령도 많다. 


이렇다보니 미국의 연방대법원은 제도적으로 상당한 독립성을 가진 편이다.


미국 대법관은 한국과 달리, 임명하는 절차가 일관적이다. 


미국 헌법 2조은 미국 대통령에게 "미국 상원의 권고와 동의에 따라(by and with the advice and consent of the Senate)" 대법관을 임명할 권한을 부여했다. 대부분의 미국 대통령은 대법관에 자신과 비슷한 정치적 견해를 가진 사람을 지명하는데, 이렇게 임명된 대법관의 판결은 지명한 대통령의 예상과 반대로 가는 경우도 있다. 미국 헌법에는 대법관의 자격에 대해 어떤 설명도 없기 때문에, 대통령은 누구나 대법관에 지명할 수 있다. 하지만 이렇게 지명된 지명자는 상원에서 청문회를 거쳐야 한다.


87년 헌법에서 대통령 직선제와 함께 가장 중요한 제도의 변화가 헌법재판소 신설이다. 그런데 이 헌법재판소가 실은 당시 여당이었던 민주정의당과 전두환 대통령의 작품이었다는 주장이 있다. 여당이 헌법재판소에서 더 유리하도록 세운 제도라는 것이다.


김종철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의 말을 인용하자면 “헌재는 대통령 소속 정파에 우월성을 부여하는 방식으로 재판관을 구성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즉 다시 말해 대통령이 3명을 임명할 수 있고, 국회에서 여당이 임명하는 수인 1명을 합치면 이미 4석을 가져가는 비민주적인 방식인 것이다. 또한 많은 케이스는 대법원장이 대통령에 의해 임명되므로 헌법재판소는 절대적으로 대통령에게 유리하게 된다는 것이다. 


이번 박근혜 대통령 탄핵 사건에서도 많은 사람들이 박근혜대통령의 탄핵이 불가능할거라고 믿는 사람들이 많았다. 그만큼 미국 연방대법원과 달리, 한국의 헌법재판소는 상당히 정치적으로도 문제의 소지가 다분하다. 



(대한민국 헌법재판소)


마치며


이러한 차이점이나 약점에도 불구하고 한국의 헌법재판소는 상당히 성공한 사례이다. 세계적으로 한국의 헌법재판소는 성공적인 사례로 꼽힌다. 좀 변칙이 많기는 하지만, 비유럽권에서는 거의 유일하게 제대로 작동하고 있는 헌법재판소라고 봐도 좋을 정도. 이번 박근혜 대통령 탄핵을 인용한 사태는 그나마 시스템이 문제가 많긴 해도, 헌법재판소가 국민의 다수의견을 거스르지 않았다는 것과, 민주주의에서 정말 중요한건 제도보단 그 제도를 운용하는 사람이라는 것을 보여주었던 사건이다. 


87년 체제는 전두환-노태우 일당의 눈치를 보며 만든 타협책이었다면, 이제 우리 국민들이 서서히 87년 체제를 벗어날 필요를 느끼는 만큼, 그리고 이러한 결함있는 헌법을 가지고도 정상적인 민주국가를 이룩하였으니만큼, 다른 나라들의 사례를 참조해보고 87년 체제아래에서 결함이 되었던 제도들을 고쳐나가는 것이 옳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