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이후 최근 일베에서는 분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사실 이 싸움은 한 홈페이지의 주도권을 두고 일어난 알력 싸움이라고 볼 수 있겠으나 사실 알고보면 한국 우파의 갈등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것이기도 하다.
일베 내부에서는 비박-친이계 청년 회원(급식충,학식충)과 친박계 고령 회원(노땅,틀딱충)간의 끈질긴 알력 싸움이 2013년부터 있어 왔다. 이 분쟁은 매번 소소한 국지전과 중규모의 소위 "폭동"(집단반발)이 일어나는 것으로 어물쩡 넘어가 막을 내렸었다. 그러나 비박계 회원들은 끊임없는 틀딱충들의 비박계 박해&정치글 도배&노잼에 질려버렸고, 2016년까지 쭉 이어진 운영진들의 편파(친박)적인 운영방식으로 불만이 가득했는데, 그 도중 터져버린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는 결정적인 기폭제가 되어 심각한 내분이 발생하게 된다.
일베의 형성
일베를 이해하려면 일베의 형성을 이해해야 한다. 원래 일베는 코갤 주축으로 나머지 정사갤 같은 디씨의 여타 갤러리에서 유입된 사람들이 만든 사이트라고 보면 된다. 일베의 명칭인 "일간베스트" 역시도 디시에서 사용하는 용어에서 출발하였다.
한편 일베에는 디시에서 유입된 유저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었다. 네이버에 존재하는 다수의 우익 카페 중에서는 노노데모와 라도코드를 비롯한 여러 우익 카페들이 존재하고 있었는데, 그중에서 라도코드는 지금 우리가 알고 있는 지역드립과 노무현 드립으로 점철된 카페였다. 이 카페가 상당히 심각하게 인식되었는지 2012년경에 방송통신위원회는 이 카페를 페쇄시키기에 이르렀다.
다만 라도코드 내에서 존재하던 노무현 관련 고인드립이 디시에서 합필갤 필수요소와 만나면서 MC무현같은 고인드립 문화가 더 정교하고 폭발적으로 늘어나게 되었다. 사실 합필갤의 이명박 합성요소와, 특히 노무현 합성요소는 노무현 전 대통령이 생전이었을때도 주로 행해지던 것이었는데, 일베가 라도코드의 유저를 받아들이면서 "악의"를 가진 전라도 혐오와 노무현 고인드립 문화와 만나며 특유의 악의적 작품들을 생산하게 된다.
광우병 시위 반대 카페인 노노데모도 서서히 쇠퇴기를 보여가자 거기서 활동하던 사람들 역시 일베로 유입된다.
2012년 대선 즈음, 원래 일베 사용자들의 논리적인 분석글 가득하던 정치게시판이 이러한 우익 카페에서 넘어온 네티즌 때문에 많은 갈등을 빚을 뻔했다. 그래도, 이러한 유입된 사람들이랑 이명박을 지지하는 비박 성향이 강한 일베 본 유저랑, 보수 정권이라는 공통 분모가 있었던 덕분에 지금까지 불안한 동거를 해왔던 거라고 볼 수 있다.
일베의 이용자층과 성향의 변화
일베의 이미지는 어떤가? 일베는 누가 이용하는가?
성폭력범, 인격장애, 허언증, 범죄자, 히키코모리 등 여러가지 이미지를 가졌다. MC무현과 합필관련 컨텐츠, 합성잔치부터 온갖 논란때문에 일베는 사회의 쓰레기 집단으로 낙인찍였다. 하지만 그건 일부에 불과한거라고 필자는 생각하는 편이다.
과거 학력인증,행게이 등 여러가지로 능력자들이 있었고, 특별나게 주목받는 놈들 제외하고선 과거 대부분 이용자는 "평범한 사람들"이다. 대부분 인생 푸념글, 자신의 인생을 자조하는 글, 소위 "썰" 게시글들이 많았으며, 이외에도 각종 정보글과 일베 한번 가보려고 몸부림치는 정치 개그 게시글들이 많았다.
그러나 2014년정도 들어 초딩~고딩까지 이르는 " 겁없는 급식충"과 아직 고딩티 못벗어낸 "학식충" 히키코모리인 "백수충" 등 사회적으로 부정적인 사람들의 비율이 급격하게 늘어났고 평범한 사람이 느끼기엔 "아.......나랑 좀 안맞네" 라는 느낌을 지우기가 힘들게 되어버린 듯 하다. 또한 당시 유입된 사람들은 디시에서 오던 사람들이 대부분이었지만, 요즘은 컨텐츠를 만드는 사람보다는 일베 창립 당시 디시글을 늦게 받아서 소비하던 세대가 일베의 주류가 된 것도 일베의 소위 "화력"이 떨어진 이유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사진설명) 초기일베는 이러한 고퀄리티 작품들이 많았다. 방송사마저 헷갈릴정도로...
사람들을 끌어모으는 썰과 정보글, 그러나 지금은 없다.
전라도나 여성혐오 컨텐츠에 뒤섞인 일베문화로 각색된 독특한 썰과 정보글은, 사람들을 낚시꾼마냥 낚기 시작하였다.
디시는 엄밀히 말하자면 정치적 목적을 그다지 띄지는 않았다. 그저 디시에서 일일 베스트 게시글을 모아두는 곳일 뿐이었다. 초기의 정사갤이 그랬듯이, 초기 일베 역시 단순히 블랙코미디를 같이 곁들인 재미 및 정치드립게시글이 우선이었고 단순히 우익 정치성향을 자신들의 정치코미디에 표출한 것은 좌익성향을 보이고 있는 소위 90년대 pc통신 세력과 차별화하기 위한 양념에 지나지 않았다. 아마 우익을 블랙코미디의 대상으로 승화시키는 것이 좌익을 놀리는 것보다 재미있었다면 아마 일베는 극좌 사이트가 되었을 수도 있었을 거라고 생각한다.
일베에 유입된 사람들, 즉 "일간 베스트"를 보고 온 사람들은 대부분 썰과 사람 사는 이야기들을 보러, 유머를 보고, 짜집기된 "정치팩트" 게시글들을 보거나, 재미있게 각색된, 일베 특유의 문화로 다듬어진 인생썰같은 것을 보려고 오는 사람들이었고, 일베에 유입된 사람들도 이렇게 디시발 정보를 보러 오거나 단순히 재미있는 것을 찾게 되면서 성장하기 시작한 것이다.
또한 일베는 소속감도 없었고 친목을 자제함으로서, 디시 갤러리들이 가진 폐해를 줄였던 것도 일베의 흥행의 원인이라고 본다. 일베의 본래 성격은 유머사이트를 기점으로 시작한 오유같은 사이트랑 비슷하다고 보면 될 것이다. 근데 최근 몇년간 일베가 이슈화되면서 특히 좌파세력들에게 눈엣가시. 친박세력 고령 멤버에겐 새로운 놀이터가 되어버리면서 원래의 유머사이트의 기능이 퇴색되어버린것도 일베 노잼 현상의 하나의 원인을 제공한거라고 본다.
정치지형이 이념에서 세대로 바뀌어간다는 증거
일베의 분란은 무슨 의미가 있을까?
위에서 밝혔듯이 노노데모의 쇠퇴와 라도코드의 페쇄 이후 정치에 관심있는 노장년층들이 PC의 보급, 특히 스마트폰의 보급으로 인해 노인층의 인터넷사용자비율이 급격하게 늘어났다. 이후 일베는 과도한 정치 자료를 감당하지 못해 짤방 일베와 정게 일베를 구분하게 된다
일베 사이트를 보면 알겠지만, 일베와 정베는 상당히 분위기 부터가 다르다는 것을 볼 수 있다. 일베, 즉 짤게에서 일베(추천)을 받은 곳은 디시적 분위기가 강한 반면에 정베(정치게시판으로부터 추천을 많이 받고 올라온 곳)는 노노데모나 대긍모마냥 전형적인 우익 사이트를 보여주는 것이다.
특히 노인들이 관심많은 "정치"분야에서는 그 두각이 들어났는데, 꽉막히고 타협할줄 모르고 남에게 사고관을 강요하는 방식이라 "틀딱"이라는 이미지가 생겨났다. 예전 일베에선 "노인들이 일베를 한다" 하면 "우와 노인들도 일베해? 신기해" 이런 반응이었는데 요즘은 "하아 틀딱새끼들 또 노잼글 양산하네" 이런 반응으로 바뀌어갔다.
이는 절은 세대와의 화합을 거부하고 오히려 자신들이 "인생의 선생님,멘토"인것처럼 행동함에 따라 급격한 반발이 원인이 되었다.이른바 "꼰대 이미지"의 성격이 엄청나게 커졌다는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일베에서 정게는 고령 멤버들밖에 남지 않았고, 이들의 만행에 질려버린 젊은 유저층들의 이탈의 가속화로 과거의 명성이 무색하게 그 규모가 축소되었다. 현재의 정게 유저들은 과거처럼 새롭고 젊은 감각의 젊은 보수 유저들이 떠난 지 오래라서 능력과 질 자체가 떨어지며, 이미 일베 유저들조차도 과거와 달리 정게를 부정적으로 보는 성향이 절대 다수이다. 결국 일베 성장의 큰 축인 정치적 이슈는 노장년층들의 자기위안밖에는 되지 않는 것이다
이러한 보수세력의 분란은 정치지형이 서서히 이념에서 세대로 옮겨간다는 것일지도 모른다. 일베에서조차 세대갈등이 발생하고 있으며, 이미 정치지형은 보수/진보라는 구도가 아니라, 세대별로 나타난다는 것이 옳은지도 모르겠다. 이번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사태에서 20대가 보여준 0%의 지지율과 일베가 보여주는 보수진영의 갈등 양상은 정치지형이 바뀌고 있다는 것을 충분히 뒷바침하는걸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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