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와 사회/정치학과 사회학

Marbury vs Madison (매버리 vs 메디슨 케이스)

첼린저스 2017. 4. 28. 21:00

Marbury vs Madison 케이스는 세계 법률, 특히 영미법 체계에 큰 영향을 끼친 케이스로서, 사법심사 (Judical Review)를 확립시킨 중요한 케이스이다. 물론 그 전에도 사법심사의 대략적인 개념은 16세기 영국의 본햄 판결(Bonham)을 통한 선례가 있긴 했지만, 본격적인 사법심사의 시작은 이 케이스로, 이 케이스는 미국정치를 배우면 사법부 부분에서 제일 첫번째로 배우는 아주 중요한 판결이다. 이에 가장 상세하게 쓰기로 한다. 


사건의 발단 


사건의 발단은 미국의 제 2대 대통령인 존 애덤스가 선거에서 패배하고 토머스 제퍼슨이 미국의 3대 대통령으로 업무를 시작하기 1일 전에 발생했다, 다. 임기 종료일인 3월 3일 대통령이 임명장을 서명하였고, 국무장관 존 마샬도 서명했지만, 토머스 제퍼슨은 취임선서를 마치자마자 임명장의 송달을 중지해버렸다. (사실 당연한거다)


이에 워싱턴 DC의 치안판사로 임명된 매버리는 당연히 반발했고, 이에 대법원에 Writ of Mandamus(행정집행명령)을 써서 강제로 임명하게 해달라는 취지로 이를 제소하기에 이른다. 


Judiciary Act 1801 (1801년의 사법부법)


미국 제 2대 대통령인 존 애덤스가 법원을 자기 편으로 만들기 위해 제정한 법으로, 이 법이 제정되고 나서 대통령 임기가 종료되는 14일동안 다수의 자기편의 인사들을 임명하였다. 이 법은 존 애덤스가 자신의 위치와 자신의 계파를 공고히 하기 위한 법이라는 점에서 미국의 가장 부끄러운 법중 하나로 손꼽히는 법이다. 


주 내용은 연방대법원 판사를 6명에서 5명으로 줄이고, 하급 법원 (appellate, Circuit)을 늘리고, 판사들의 임명 권한을 대통령이 가진다는 것이 주 골자이다. 


해당 재판에서 논점이 된 3가지 질문들이다. 


1.Did Marbury have a right to the commission? 매버리 판사가 임명장을 받을 수 있는가?

2. Do the laws of the country give Marbury a legal remedy? 미국의 법이 매버리 판사에게 합법적인 해결책을 제시하고 있는가? 

3. Is asking the Supreme Court for a writ of mandamus the correct legal remedy? 대법원이 행정집행명령을 집행해달라고 요청하는 것이 합법적인 해결책인가? 


행정집행명령(Writ of Mandamus) 이란?


법원이 강제로 행정부에게 명령하여 특정 조치를 취하게 하는 것. 이 사건에서는 "법원이 행정부에게 명령하여 매버리 판사에게 임명장을 주세요" 라는 요청을 한 셈이다. 


꼴이 말이 아닌 메디슨 이전의 사법부


사실 많은 사람들은 미국이 처음부터 엄격한 삼권 분립을 갗춘 것으로 이해하지만, 이 당시만 해도 삼권분립이라는것이 우스울 정도로 미국의 정부 구조는 미숙하기만 했다. 미국 의회 역시 "congress" 라는 명칭에서 볼 수 있듯이 국가 회담 정도로 인식되었으며, 아직 미숙한 부분들이 너무 많았다. 특히 연방법원은 독립적인 건물도 없고, 의회 건물 구석에 박혀있던, 3권중 하나였음에도 불구하고 별로 중요한 자리라고 인식되지 않았다.


특히 헌법에서 연방대법원에 대해서 그닥 자세한 설명을 해놓지 않았으며, 이에 3권 중 가장 약한 부분이었다. 오죽하면 전임 존 제이(연방주의자 논집을 쓴 인물이다)도 재취임을 거부해서 존 애덤스 대통령이 매디슨을 끌어와 억지로 임명했을까.


이러한 상황에서 이러한 분쟁은 마셜로 하여금 선택을 요구했다. 매버리의 편을 들어줌으로서 연방주의자로서의 자존심을 지킬 것인지, 아니면 뿌리치므로서 현 정권에게 잘 보이던지 말이다. 매버리의 편을 들어줘도, 제퍼슨은 행정부의 수장으로서 연방대법원의 판결을 무시할 권한이 존재했던 것이다. 즉 매버리의 편을 들어주면 대통령과 의회로부터 찍히는건 기본이고, 대통령이 연방대법원의 판결을 무시한 선례를 만듬으로서 연방대법원의 존재 가치가 무의미해질수 있었다. (헌법 자체가 3권분립을 명시하고, 법원은 판단만을 내릴뿐, 판단을 강제하거나 시행할 권력이 헌법에는 없다!)



"단호하게 말한다, 사법부의 영역와 권한은 법이 무엇인지 말하는 것이다"


사건의 결과와 의의


연방대법원은 이곳에서 신박한 한 수를 냈는데, 두 가지 질문중에서 1. 매버리 판사가 정당하게 임명되었음을 강조하고, 2. 이에대한 구제책이 법에 의해 명시되어있음을 판결하였지만, 3. 연방대법원이 행정부에 시행명령을 내릴 권한은 없다는 것을 판결하였다. 


위의 3가지 질문에서 첫번째와 두번째 질문에 대하여는 다음과 같은 말을 남겼다. 


The Government of the United States has been emphatically termed a government of laws, and not of men. It will certainly cease to deserve this high appellation if the laws furnish no remedy for the violation of a vested legal right.


이 말의 해석은 정부가 위법적인 행동을 하였을때 반드시 이에 대한 구제책을 마련해주어야 한다는 중요한 원칙을 세운 것이라 볼 수 있다. 또한 마셜 법관은 행정부의 업무를 두가지로 구분했는데, "정치적인 업무"(political action)을 하는 것과 순수하게 "행정적인 업무"(ministerial action)를 구분하면서 매버리의 임명은 법에 의해 지정된 "행정적인 업무"이므로, 이에 대한 구제책(Legal Remedy)를 마련해 주어야 한다는 것이다. 


실질적으로 헌법은 대법원의 관할(Jurisdiction)을 하위 법원에서 오는 "판결이 헌법적으로 옳은지 그른지 판단하는 것" 만 담당하는 걸로 정해두고 있었지만, 1781년의 사법부법은 이를 더 넘어서서 연방대법원이 행정부에게 "행정집행명령"을 내릴 권한까지 부여하고 있었던 것이다. 즉 마셜은 헌법과 사법부법이 충돌하고 있음을 지적하였고 그래서 사법부법은 무효라고 판단하였다.


당시 헌법에는 대법원이 법안이 헌법에 맞는지 안 맞는지 판단할 권한이 있다라고는 명시하였으나, 실제로 법안을 무효화시킬수 있냐는 해석에는 동의하는 사람들이 별로 없었다. 존 마셜 대법관은 대법원이 "행정집행명령"을 내릴 권한에 대해서 부정하면서 1781년의 사법부 법을 무효화시켜버리면서 사법부가 실제로 법을 무효화시키는 첫번째 실제 사례를 만들어 내었다. 매버리 개인을 구하고, 행정집행명령 권한을 포기하는대신, 헌법에 애매하게 명시되어있었던 "법안심사(judical review)에 대한부분을 확실히 한 것이다. 


이 사건의 의의는 사법부의 독립을 확고히 한 데에서 나온다. 이것으로 사법부는 의회가 통과시킨 법을 헌법적으로 판단할 수 있게 되었으며, 마셜은 35년간 재직하며 연방대법원의 권한을 구축하게 된다. 이 판결은 실질적으로 3권 분립이라는 것을 열었다 봐도 무방하다. 


비판


물론 당연히 제퍼슨과 반연방주의자들은 반발했다. 행정부를 건드린 것이 아니라(물론 매버리 판사의 임명장 송달 여부는 무시할 수 있었다), 법안 자체를 건드렸으므로 힘을 쓸 여지가 없었으며, 헌법은 행정부와 대법원 판결의 강제성을 명시하지 않은 반면,  연방대법원의 "법을 해석하는 권한" 대해서 명시하고 있었으므로 법을 제정하는 입법부는 여기에 대해서 할말없음(....) 모드가 되어버렸다. 특히 제퍼슨 대통령은 거침없이 비판한 것으로 유명한데


You seem to consider the judges as the ultimate arbiters of all constitutional questions; a very dangerous doctrine indeed, and one which would place us under the despotism of an oligarchy. Our judges are as honest as other men, and not more so. They have, with others, the same passions for party, for power, and the privilege of their corps.... Their power [is] the more dangerous as they are in office for life, and not responsible, as the other functionaries are, to the elective control. The Constitution has erected no such single tribunal, knowing that to whatever hands confided, with the corruptions of time and party, its members would become despots. It has more wisely made all the departments co-equal and co-sovereign within themselves



요약하자면 단순히 사법부의 권한 강화를 염려한 것이다. 그리고 법관들이 전제적인 권력을 가지고 국민의 주권기관이 정한 법을 함부로 판단하고 페기시키는 것을 염려하였다고 볼수 있다. 추후 이 사법심사제도를 염려하는 많은 학자들도 제퍼슨의 논지에서 벗어나지 않는다.